청구인 측 공동대리인단 중에서도 가장 앞장서 변론에 참여했던 그는 “모든 여성들의 대리인이라는 입장에서 변론에 임해왔다”며 “두 딸을 둔 엄마로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고, 변호사로서 이런 판결을 대리해 명예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을 “66년간 여성을 옥죄던 모욕적, 굴욕적 족쇄 하나를 끊어낸 너무나 감동적인 판결”이라고 표현했다.
헌재 결정 직후 김 변호사를 만나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소회와 그간 이야기를 들었다.
김 변호사는 “두 딸에게 자기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는 세상을 물려주는 엄마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낙태가 불법이어서 의대생들이 낙태수술은 훈련받지 않았다”며 “앞으로 여성들은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받지 않을 거고, 숙련된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4명의 재판관이 낸 헌법불합치 의견은 “자기낙태죄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에 출산 여부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3명이 낸 단순위헌 의견은 “ ‘임신 제1삼분기(임신 첫 14주까지의 시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헌재 결정이 “여성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출산·양육하기 좋은 환경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정상가족 중심의 제도’를 손봐야 한다. 당장 불임·난임 시술 같은 경우만 해도 합법 부부에게만 지원한다. 김 변호사는 “권리보장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낙태율이 적다”고 했다. 피임에 대한 성교육이 잘돼 있으니 예기치 않은 임신이 적고,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잘돼 있으니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7명의 변호사들이 청구인 측 공동대리인단을 구성해 변론을 준비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와 대리인단이 제기한 소송의 핵심은 “여성의 권리가 보장돼야 태아의 생명도 실질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변론을 준비하면서 낙태를 고민하거나 실제로 낙태한 경험이 있는 분들의 사연을 접하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그런 시간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 판결 이후를 고민한다. 그는 시급한 과제로 “낙태에 대한 정확한 의료 정보 제공”을 꼽았다. 지금까지 낙태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낙태수술에 대해 정보가 차단되어 있었다. 김 변호사가 접한 사례 중엔 임신 23주차에 650만원을 내고 임신중절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고등학교 3학년생도 있었다.
김 변호사는 여성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을 이제 제도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 의무를 다하는 길”도 여기 있다. 김 변호사는 아이 낳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불가피하게 낳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의료혜택을 지원하고, 처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는 게 국가 의무라 본다.